- 비나 비에라. 나이 불명. 남성체. 189cm, 88kg(적당한 근육 체형)
- 탁함을 완전히 배제한 듯한 노란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황금색보다도 원색의 그것에 가깝다.
- 약간의 곱슬기와 뻗침이 있는 머리카락이지만 평소에 스치듯 봐서는 거의 모를 정도이다. 앞머리가 길어 다소 시야를 가리는 듯한데도 본인은 불편함이 없는 듯하다. 그의 음울한 분위기에 한 몫 하는 요소. 풀어두면 허벅지까지 오는 장발이며, 묶을 시 허리 정도에서 끝이 살랑인다.
- 눈매는 날카롭게 올라간 편이며, 평소 냉랭한 분위기일 때가 많다보니 화려한 미인 축의 외관에도 불구하고 날 선 것을 본 감상이 보다 짙게 남는다. 그러나 그늘져 있는 모습이어도 날카로운 광채의 보석안은 형형하게 빛난다.
※ 별도로 기재하지 않을 시 동물 귀 없는 인간형
글리스에게서 제1세계를 향한 사랑을 핵으로 분리되어 나온 존재.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에서의 경험과 아젬 크리스탈에 기원을 바친 경험이 만나며 하이더의 탄생을 이루었다.
하이더가 글리스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핵으로 하여 분리될 적, 글리스─영웅이 겪고 있던 부정적 감정 중 내려두고 싶었던 것들도 함께 떨어져 나와 하이더의 것이 되었기에 암흑기사의 소울 크리스탈을 계승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암흑의 극의. 사랑. 망향하고 비틀린 감정에 침잠하면서도, 결국 그를 그렇게 만든 세계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기에 그것을 지키게 된 영웅. 정확히는, 영웅의 일부.
사실 그럴싸해 보이는 과정과 달리, 글리스가 미래의 모험을 위해 내려두고 싶은 부정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하이더에게 암흑기사의 소울 크리스탈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계승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하이더의 생은 ‘처음부터’ 암흑기사의 극의인 사랑을 이어가도록 강제되었다.
하지만 암흑기사의 사랑이란 본래 자기자신의 부정적 면모까지 긍정하고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면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는 자신을 인정하고 점차 ‘나’와 내 주변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하이더는 그 모든 것을 그저 ‘부여 받은’ 채로 태어나, 이해 없는 이행을 해야만 했다.
본래 생명이란 자신의 탄생에서 이유와 목적을 정언으로 말할 수 없고, 살아야 하는 이유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하이더의 생은 글리스에 의해 만들어진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고 명백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살아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을 명령받았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영웅이 내려둔 것들로 만들어진 불완전한 생명─하이더의 본질은 지극히 부정에 가깝다. 그러나 그에게 강제된 생生이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이더는 자신의 본질과 삶의 형태가 상충되는 것을 살아가는 매 순간 선명하게 느낀다. 자신이 생명을 가진 이래 무지해본 적 없는 사실이었는데, 그건 결국 하이더가 자신의 모순된 삶에게 매 순간 다시 자기 부정을 보내는 악순환에 오르게 했다.
생에 미숙한 그에게 그에게 세계를 사랑하고 지키는 일이란 밑동 없는 나무가 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가져본 적 없이 위조된 과거와 강제되는 미래 사이에서 현재는 위태롭게 자리를 지킨다. 불안정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며, 본래 영웅의 모험이 스스로의 의지로 나아가는 즐거움이었다면 하이더의 모험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몰이해와 고통의 연속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삶에 목적이 정해져 있으나 그것이 제 본질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기에, 그는 늘 스스로도 갈무리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들에 휘둘리면서 충동과 변덕으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의 밑바닥을 긁었다.
사랑의 반대편에 무관심이 있고 무관심이야말로 어떤 주제에 대한 가장 평안한 상태라고 일컫는다면─사랑을 해야만 하는 하이더는 살아가는 한 평안을 얻을 수 없다. 하이더는 그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 본성을 잊거나 달콤한 안식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하이더가 자신이 ‘가진’ 기억을 헤집었던 것은 그저 자신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다른 이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하면 종잡을 수 없는 이 생의 고통이 아주 잠시라도 수그러들 수 있을까 했다. 파란 희망의 새가 깨달았던 사실은 하이더에게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행위는 고통에 고독을 더하여 오히려 몸집을 불려나가게 하고 있었다. 글리스의 일부로 만들어진 하이더에게 주어진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는 건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기에, 하이더는 후회했다. 후회하며, 돌이킬 수 없다면 차라리 안식 없이 강제되는 삶의 고통이 자신만의 것은 아니었으면 하고 갈망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기억 속 한 명을, 그토록 질시하게 되었던 것은──
스스로 제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했던 자, 그러고도 영구한 평안을 손에 넣은 자, 그러나 내 탄생의 근본적인 원인이었기에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자. 하지만 기억 속에서 내가 연민하기도 했던……
그러니 아마, 이 생명으로써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하데스.
그는 이름을 불렀다. 별바다에 가라 앉은 채 완전히 과거의 인물로 스러지기를 기다리던 존재를 끌어올렸다. 울티마 툴레에서 이미 한 번 해본 적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때는 온전한 영웅이 그를 필요로 했고, 이번에는 영웅의 일부가 그저 욕망을 위해 그를 끄집어냈다.
그 눈을 다시─처음 본 순간 하이더는 깨달았다. 영웅이 하데스에게 느꼈던 복잡한 감정 또한 자신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하이더를 분리해낸 뒤 다시 아이테리스에서 모험을 떠날 글리스는 하데스에 대해 느끼던 연민을 놓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하데스와의 결전에서 그를 처단할 마음을 결정하기 직전 단 한 순간의 망설임, 엘피스를 추억하는 간극, 최후의 격돌에서 한순간 모든 빛이 꺼졌을 때 찾아왔던 감정—그런 것들이…….
제 안에서 지저분하게 뒤엉킨다. 그저 뒤틀리고 맺힌 마음 속 어두운 것들에 무언가 애처로운 색으로 달라붙어선 하데스라는 인물에 대한 애증을 만들고, 집착을 키운다.
왜 다시 데려왔냐 하였나? 원래 불완전한 인간은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인 결정을 하곤 하지. 나는 근원도 모르는 이 고통을 원망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으면 했다가…….
동시에 이 세계에서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란 증거를 얻고 싶었네.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대를 꿰뚫었었고, 나를 지키기 위해 그 구멍에 갈고리를 걸어 다시 낚아챘다 하면 되겠군. 마음에 드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그대가 좋아서 데려온 것도 아니고, 무언가 생전 못해준 것들을 다 해주겠다고 고운 마음씨를 가지지도 않았으니.
제 1세계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하이더의 곁에 그림자 하나가 더 생겼다. 그러나 하이더의 생이 가지는 고통은 여전하다. 하데스의 안식을 빼앗아 왔으나 그것이 하이더의 평안은 될 수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치기 어린 마음은 하데스를 이 땅에 묶어두고 있기를 바랐다.
죄 없이 태어난 생명이 죄를 이고도 편히 안식하려는 이를 좀 질시하면 어떠나.
이 모든 것은 죽음을 허락받지 못 한 삶 속에서 영안永安을 바라는 모순에 기인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불완전한 영웅의 그림자. 한 세계를 지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전투 능력은 하이더를 분리하기 전 글리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만일 그가 빛이 범람한 제1세계가 있을 때 만들어졌더라면 대죄식자를 사냥하는 것은 어려웠을 듯싶다. 그가 딱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글리스는 어둠의 전사가 모든 대죄식자를 토벌하고 떠난 이 세계에 당분간 그 이상의 위험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미 내가 존재하여 그대 손에 죽었더라면 퍽 억울했을까, 아니면 기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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